아빠의 칠순잔치

소소한 일상/쁘리띠의 수다 2012. 2. 8. 23:13 Posted by 쁘리띠님

<2012년 2월 5일>

미국에 사는 언니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온 가족 모두 까맣게 모르고 지났을 아빠의 칠순잔치. -_-;

나는 여러번 유럽에 다녀왔는데 부모님 한 번 보내드리지 못한게 마음에 걸려서
언니랑 남동생이랑 돈모아 파리 한번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아빠가 형제들 불러 함께 밥먹고 싶단다.

그러면 칠순 때는 여행가고 팔순 때 부르는건 어떻겠냐고 했더니
아빠가... 자기가 그때까지 살겠냐며..--;;;; 형, 누나, 동생들과 밥먹고 싶단다.

엄마는 행사 부페 부르고 앰프 가져다 놓고 꿍짝꿍짝 잔치를 하고 싶어했는데
남동생과 나의 반대로 패스하고..-_-
어른들 오시기 편한 고속터미널 근처의 수라온이라는 곳을 예약했다.

전통 공연도 보고 독립 룸이 있어 좋을 것 같았고
평도 괜찮아서 예약 했는데... 아... 완전 실망. -_-

서비스가 좋은 것도 아니고... (서빙 하던 사람들 다 무표정. 심지어 담당 매니저인듯한 사람은 스트레스만땅 표정. -_-)
음식이 뛰어나게 맛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와인을 엄마가 한 병 가져갔는데 세팅비 2만원..
소주 한 병에 8천원, 다방 커피 5잔 이상이면 추가요금이라나.. 어이없음.)
어른들 끝나고 다 배고파해서 엄마 집에가서 다시 밥먹었단다. -_-;;

 그냥 엄마가 하자는 대로 했으면 자식들 빼고는
모두 만족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ㅠㅠ

위치만 좀 괜찮았으면 저렴하면서 맛나고 독립룸도 주고...
그런 멋진 곳이 얼마나 많은데... 정말 돈잔치만 하고 말았다.
수라온 비추. -_- 그나마 저렴한 평일 점심메뉴나 가족들이랑 먹으면 모를까...

오늘 사진 정리를 하는데... 아빠 표정이 처음에는 괜찮다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울상이다.

사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울먹울먹 하셨나보다.

항상 무거운 게 있을 때면 아빠가 들어주는게 너무 당연했는데(아빤 당연히 힘이 세니까!)
요즘은 너무 걱정이 된다.
쪼글쪼글해진 손도, 얼굴도, 그리고 몸 이곳저곳이 고장나 병원을 드나드는 모습도...
모두 말이다.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어버렸다.

아빠가 늘상 말하던대로 건강하게 재미나게 살다가
병원에서 아프다 돌아가시지 말고
집에서 가족들 다 모인 명절날 손주들 애교보고 웃다
자고 일어나니 밤새 안녕! (아빠 표현 그대로) 그렇게 평안히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나는 너무 노산이었으니... 그냥 패스하고...
(우린 은수양이 결혼해서 애기 낳는 거 볼 때까지 살려면... 은수양이 서른살에 결혼해서 애 낳아도 우린 칠순. -_-)
언니 딸이 결혼하는 모습까지 보셨으면 좋겠다.
그럼 완전 장수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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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말라잎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뭉클.
    우리 아빠는 어렸을 때는 우리랑 놀아주지도 않더니 이제 우리 오는 날만 기다리세요.
    부모님이 늙어가는 거... 너무 슬퍼요. ㅠ_ㅠ

    2012.02.08 23:18
  2. 손가락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아버지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었는데..요즘도 산소가서 절할때, 울컥 눈물이 나려합니다..
    물론 참고 울진않지만, 생전에 잘 못해드린게 죄송스럽고....늙으신 부모를, 제대로 이해하고, 걱정해드리고
    보살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한적이 없는거 같아요... 때늦은 후회죠.....
    (그래서 엄마라도 잘해드릴려고 노력중이라는....;;)

    2012.02.09 00:07
  3. 블랙풀  수정/삭제  댓글쓰기

    둘째딸 고생했다. 애기도 아픈데 정말 고생했다.
    아빠 자식들 정말 고맙다.

    2012.02.09 08:53
  4. 고감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니 남동생은 아부지 닮았고~언니는 엄마 닮았네요 ^^
    나이가 들수록 두려워 지는 인생사

    2012.02.09 22:37
    • 쁘리띠님  수정/삭제

      그런데 왜 엄마는 나보고 자기를 안닮았다고 말할까. -_-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나를 호박, 못난이로
      불렀기 때문인가봐. 흠.

      2012.02.10 00: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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