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물네번째 날의 이야기지만 첫 번째 글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니
처음 읽으시는 분은 위에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

 
'키다리와 뚱뚱이'
이들은 서로 친구이고 함께 길을 걷는다.

여기에서...
'친구''함께'라는 말이 가장 중요해. :)

온몸이 아프다

 [위의사진] 동이 터오르고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
며칠 전에 팔랑귀가 되어 산 마그네슘도 별 효과가 없는지 여전히 온몸이 아프다.
아직 시집도 안갔는데... 애를 낳은 것도 아닌데... -_-;; 뼈마디가 쑤시고 시리다니...
할머니도 아니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흑흑. ㅠ_ㅠ

몸에서 칼슘이 다 빠져나간 듯 삐걱삐걱대니 오래된 로봇같다. ㅠㅠ

 이러다 걸을 수는 있지만
영원히 달릴 수 없게 되는게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물론, 내가 달리는 경우는 신호등 파란불이 깜빡일 때와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두가지이지만...-_-; 그래도...)

녹슨  기계에 기름칠을 하듯 조금씩 몸을 움직인 뒤 출발했다.

[왼쪽사진] 성당 기둥에 장식된 순례자 모자이크.

저 호리병엔 물이나 와인이 들었을테고... 가방도 없다.
그래, 내가 가방이 무거워서 다리가 아픈 것일지도 몰라... 
내 가방엔 크림이 너무 많이 들었어. 풋크림, 핸드크림, 바디로션 등등...--;; 

 [위의사진] 일직선의 길. 이런 길은 걷기에 별로 재밌지 않다.

[위의사진] 산티아고까지 이제 249km 남았다. >.<

[위의사진] 순례자 출몰주의! 표지판, 야생노루 출몰주의 표지판, 길 표지판.
"순례자들과 야생노루가 갑자기 출몰하니 주의하시오." 라는 간판이다. -.-

그가 걸어오고 있다.
문득 얼마쯤 걸었나 싶어 뒤를 돌아봤다.
역광이라 얼굴은 보이지 않고 키가 큰 남자의 그림자만 보인다.

한손에 든 1.5L물병, 낯익은 모자, 그리고 목에 건 수건...
익숙한 그림자다...
난 그가 누구인지 안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모습에 내 입가엔 미소가 감돈다.
걸음을 늦추며 그가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다.

롤란드....

[위의사진] 롤란드가 걸어오고 있다.

"안녕, 롤란드! :)"
"오, 난 이 목소리를 알아. 지금은 거의 보이지는 않지만,
(롤란드는 시력이 별로 좋지 않은데 안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 점점 가까이 가고 있어.
이제 네 얼굴도 보이기 시작해...
아니따... 올라, 부에노스 디아스, 굿모닝, 만나서 반가워.
그동안 잘 지냈어?


"너야말로, 나보다 한참은 앞선 줄 알았는데 왜 내 뒤에서 오는거야?"

"글쎄... 어제는 몇키로 걷지 않았거든."

"그 때 헤어진 후에 한번쯤은 만날 줄 알았는데 며칠동안 못봐서
난 너가 나보다 50km 쯤은 더 앞쪽에 있을 줄 알았어.
다음에 만나면 답을 얘기해주기로 했던 거 기억나지?
그거 못들을까봐 정말 슬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나니까 너무 기쁘다. ㅋㅋ"

우리는 함께 걸으며 여행 중에 만났던 친구들의 소식을 나눴고
그리고 잠시 뒤에 헤어졌다.

그의 뒷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인샬라, 우린 또 만날 수 있을거야.

또 다른 십자가의 길
비오는 날에 감격했던 십자가의 길 이후 또 다시 십자가의 길이 나타났다.
역시, 순례자들이 만든 수백여개의 십자가가 걸려있다.

[위의사진] 순례자들이 만든 십자가

 [위의사진] 십자가에 꽂아놓은 들꽃

[위의사진] 그리고, 길에서 생을 다한 순례자의 십자가까지...

스물 네번째 날, 폰세바돈(Foncebadon) 26km

고도를 나타내는 종이에 커다란 산은 없었는데 산이 나타났다.
다리가 아파서 그런가... 커다랗게 보였다.
그래도 차도 옆에 일직선으로 난 길보다 이런 산길이 백배 낫다고 생각했다.
다리가 너무 아픈데다 산 중턱에 예쁜 알베르게가 있어 이곳에서 자고 가기로 했다.

7시 10분 출발, 2시 40분 도착.
7시간 30분 소요.

[왼쪽사진] 성냥갑처럼 귀여운 겉모습처럼
내부는 생긴지 얼마안되었는지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7유로.

저녁식사는 베지테리언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데
(주인부부가 베지테리언 히피였다)
음식맛이 궁금해서 먹어보기로 했다.
 

[오른쪽 사진]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한 후
빨래집게를 꽂아 티셔츠며 양말을 너는데
빨래를 너는 동안 머리에 쓰고 다니던 얇은 스카프가
벌써 말라버렸다.

햇살도 강하지만, 건조하기도 하다.
낮잠자고 일어나면 바삭바삭하게 마르겠구나...

빨래를 널고 오는데 저 밑에서 나초가 올라온다.
앗. 이 친구도 나보다 훨씬 앞서있는 줄 알았는데...--;;;

다들 빠른 걸음으로 며칠전에 내 앞을 지나 갔는데 이게 뭐야.
어쨌거나, 롤란드에 이어 나초까지 오늘 만나다니 신기하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왼쪽사진] 통조림을 뜯어 전자렌지에 돌렸는데
올리브유에 담근 해산물(오징어같은) 맛이 났다.
조금 이상하게 보면 하얀 지렁이같이 생겼다..--;;;

맛은 괜찮았는데 한국으로 돌아와 번역해보니... 음...
Angulas al ajillo en aceilt de oliva
마늘과 올리브 오일을 가미한 *새끼뱀장어*였다. -_-;;;
내가 새끼를 먹었구나. ㅠㅠ 오정이 채썬 줄 알았는데..흑흑.

배가 부르니 이제 낮잠을 잘 시간이다.
먹고 자고 걷고... 벌레와 아프지만 않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낮잠을 자는데 창문에서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보통 때 같으면 시원해서 잠이 잘 와야하는데
뼈 사이로 바람이 숭숭 들어와 잠을 잘 수가 없다.

골다공증을 바로 이런 것인가....ㅠ_ㅠ
이건 도대체 뭐지....ㅠ_ㅠ

고민하고 있는데 190cm는 되어 보이는 금발머리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척 보기만해도 북유럽 여자다.

그녀는 스웨덴인인데  걷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앞 뒤로 걷고 있는 친구들 얘기를 했더니 원래부터 아는 사이냔다.
길에서 만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댔더니 자긴 한번도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단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물었다.

"넌 하루에 몇 km를 걷는데?"
"나? 하루에 50키로쯤?"

헉...-_-;;;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 친구가 없지. 보통 사람들은 말야, 하루에 25~35km밖에 안걸어.
 네가 보통사람의 두배쯤 걸으니까 아무도~~ 만날 수 없는거야. --;"
"아,,, 그런건가...?"
 
"그나저나 넌 참 대단하구나. 어떻게 그렇게 하루에 많이 걸을 수 있지? +.+"

"우리 북유럽 사람들은 원래 스포츠에 강해. 남자고 여자고 운동을 항상 하지. 너네 나라는 안그래?"
"응, 난 수다떠는게 운동의 단데...-_-;;;;"

"우리나라에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해."

"음. 그럼 우리나라엔 이상한 사람이 정말 많군..-_-;;"

역시, 바이킹의 후손답게 키 큰 금발에 파란 눈, 팔도 다리도 튼튼하게 생겼다.
다리가 기니 하루에 50키로쯤 걷는 건 일도 아니겠다..-_-;;;

그런데 아프단다. 의사가 조심라고 해서 무리하지 않고 있는 중이란다.
그 말이 더 놀랍다. 무리 안해서 50키로라 이거지...--;;

역시, 바이킹 언니다.

[위의사진] 그날 먹었던 저녁. 7유로
토마토 소스에 호박과 야채를 넣어 만든 덮밥.
자극이 없고 부드러운 음식이다. 자연적이야.

2008. 10. 7(2010.4.29 업데이트) pretty chung..:-)

다음 글 읽기 ☞ [순례자의 길27] 스물다섯번째 날, 궁전 알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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