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를로스 가르델 집 주변에는 그의 얼굴을 그린 많은 벽화와 악보가 그려져 있다.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다. 페루나 볼리비아 등 남미와는 또 다른 유럽풍의 활기찬 분위기다. 도시 분위기에 조금 익숙해지자 유독 한 남자의 얼굴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길거리와 음반매장 등 곳곳에서 중절모를 쓰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인상적인 그의 이름은 카를로스 가르델. 그는 탱고의 황제였다.

우리는 ‘탱고(Tango)’라 부르지만 현지에서는 ‘땅고’라고 부른다. 아르헨티나는 탱고의 본산지다. 가르델은 ‘20세기 남미가 낳은 전설의 가수’로 추앙받는 사람이다. 그의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영화 ‘여인의 향기’나 ‘트루 라이즈’를 떠올리면 된다. 그는 그 영화들에서 소개된 유명한 탱고음악 ‘포르 우나 카베사(Por Una Cabeza)’를 부른 가수이다.

<영화, 여인의 향기 중>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그가 살던 집과 묘지 등이 있는데 무료 투어가 있어 자세히 들어보기로 했다. 투어는 영어로 진행되었고 카를로스 가르델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그의 동상에서 시작했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체로 나이가 지긋했는데 유독 한 명 어려보이는 친구가 있어 말을 걸었다. 영어 투어라 당연히 외국인인줄 알았는데 아르헨티나인으로 관광학과를 다니는 여학생이다. 이름은 나탈리. 공부도 할 겸 투어를 들으러 왔단다.

그녀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20여일동안 영어로 이야기를 나눈 유일한 아르헨티나인이 되었다. 참고로 중남미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사람은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스페인어를 익혀서 가는 것은 필수다.

카를로스 가르델은 1887년(혹은 1890년)에 태어나 동상이 세워져 있는 아바스토 시장(Abasto Market) 근처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성인이 된 후 주로 바와 파티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을 했었는데 마르티노와 호세 라사노와 트리오로 노래를 불렀다. 1917년 ‘미 노체 트리스테(Mi Noche Triste, 나의 슬픈 밤)’ 음반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데 당시 10만장이나 팔렸다고 한다.

 <까를로스 가르델, 미 노체 트리스테(Mi Noche Triste, 나의 슬픈 밤)>
이후 칠레 우르과이 브라질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에 이어 스페인 프랑스, 미국에서도 공연하며 탱고의 황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1935년 순회공연의 일환으로 콜롬비아에 갔다가 메데진(메데인·Medellin)에서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514곡의 탱고를 비롯해 총 770여곡의 노래를 작곡했으며 가수와 영화배우로 눈부신 활약을 했다.

◇ 카를로스 가르델의 집. 현재는 그의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카를로스 가르델 지하철역, 카를로스 가르델 거리, 동상, 길거리의 수많은 벽화들, 그가 작곡한 음악을 악보로 그려놓은 건물 등 가르델이 사망한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거리 곳곳에 남아있는 그의 흔적은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나탈리, 카를로스 가르델과 탱고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음∼. 그렇게 잘 알고 있지는 않지만 카를로스는 탱고에 있어 전설적인 인물이야. 탱고는 원래 춤이 중심이었던 장르지. 춤을 추는 데 필요한 보조 수단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카를로스는 탱고에 있어 음악이 중심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독립시켰어. 그러니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 사건이라 할 수 있지. 내 부모님들도 열렬한 팬이셔.”

“젊은 사람들은 어때? 젊은 사람들도 그의 음악이나 탱고를 좋아해?”

“아니, 우리들은 레게나 힙합, 팝과 같은 음악을 좋아해. 젊은이들은 탱고가 옛날 노래라 치부하는 경향이 심해. 주로 어른들이 탱고 음악을 좋아하시지. 사실, 탱고를 추는 사람들도 나이 드신 분들이 많고 젊은 사람들은 거의 추지 않아.”

탱고가 아르헨티나의 젊은이들에게는 흘러간 음악일지라도 관광객들에게는 이 나라의 역사이며 문화다.

◇ 투어에서 만난 나탈리와 함께.


그날 저녁 탱고바에서 탱고 공연을 보러갔다.
한국에서 살사를 배우던 중에 탱고를 추는 친구를 따라 탱고바에 가본 적이 있다.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와 보니 달라도 너무 달랐다. 탱고바에서는 카를로스 가르델의 감미롭고 감성이 뚝뚝 떨어지는 음악과는 또 다르게 긴장감이 넘쳐흐르는 음악이 흘렀다. 정열적이고 격정적인 움직임하며 역시 본토의 느낌은 다르구나 싶어 다음 날 당장 탱고 클래스를 신청해 배워보기도 했다.

매년 그가 사망한 6월 24일이 되면 전 세계의 추모객이 그를 기억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다.

“Gracias Por La Musica y por todo.(당신의 음악과 그리고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오래전 사망한 카를로스 가르델을 기리며 2001년 그의 묘지에 누군가가 남긴 글이다. 죽은 후에도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은 영광스럽고 가치 있는 일이다.

머나먼 한국의 서울에서 카를로스 가르델의 CD를 들으며 언젠가 그의 음악에 맞춰 누군가와 함께 탱고를 출 수 있는 날을 조금 상상해봤다.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아르헨티나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아르헨티나의 인구 3분의 1인 1300만명이 살고 있다. 남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남미 대부분의 도시처럼 스페인의 식민도시로 건설돼 18세기에는 식민지 수도로 발달했다. 탱고 음악과 춤의 본산지로 보카(Boca)지구에 가면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다. 유명한 사람으로는 세간의 평이 엇갈리는 전 대통령 부인인 에바 페론과 국민 영웅인 마라도나가 있다. 축구에 열광하는 국가 중 하나이며 나이트라이프가 매우 발달해 있다.

여행정보
한국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들어가는 직항은 없다.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을 거쳐야 하며 최소 1회 이상의 경유해야 한다. 미국을 경유하는 대한항공 같은 경우는 항공요금만 500만원대로 매우 비싼 편이다. 2회 경유를 하는 에어캐나다와 영국항공은 170만원 이상으로 다른 대륙의 항공권보다 비싸다. 하지만, 입국 시 90일간은 비자가 필요 없고 현지 물가는 매우 저렴한 편이다. 따라서 여행 기간 동안의 총 비용은 유럽여행을 하는 것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비용으로 남미여행을 할 수 있다. 화폐는 페소(Peso)를 쓰는데 1페소는 약 330원 정도다. 저렴한 호스텔은 20페소, 식사는 10∼20페소 정도로 저렴하다.
특히, 아르헨티나에서는 세계 최고의 스테이크를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데 15∼20페소 정도 한다.

<세계일보에 올려진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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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cidhun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탱고 음악 좋아해서 아르헨티나는 항상 가보고 싶던 곳 중 한 곳이었는데, 이 글보니까 더 가고싶네요. ㅎㅎ

    2010.03.10 14:50
    • 쁘리띠님  수정/삭제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여행지 블랙홀 중 한 곳으로
      다들 떠나지 못하는 도시랍니다~ :)

      정말 너무 좋고, 고기도 너무 맛있고,
      또 가고싶어요. ㅠㅠ

      2010.03.10 15: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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