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상징인 블루모스크. 뒤쪽으로 보스포루스 해협이 보인다.


그리스에서 페리를 타고 터키의 쿠사다시로 가서 다시 야간버스를 타고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여행지에 대한 두려움이 묘한 흥분과 긴장감을 선사한다면,
여러 번 가봤던 여행지는 오래된 친구처럼 따뜻하게 우리를 반겨 준다.

익숙한 버스터미널에서 익숙한 지하철과 트램을 타고, 익숙한 터키어를 들으며 예전에 머물렀던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는 기분 역시 그런 느낌이다. 아침 일찍이라 원래는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아닌데, 피곤한 모습을 보고는 먼저 올라가서 쉬란다. 그렇다. 여기는 깐깐한 유럽이 아니라 형제의 나라, 친절한 터키다. 행복해져 웃음이 났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도미토리엔 여분의 방 열쇠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문을 두드려 방 안에서 잠자던 친구들을 깨워야 했다. 6인실 도미토리를 트윈룸으로 쓰던 그들이 너무 어질러 놓아서 방은 엉망이었다. 그리스에서부터 함께 온 친구들과 방 안에 들어가자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인사는 나중에, 일단 잤다.

아마도 코를 골지 않았을까?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니 건너편 침대에서 짐을 챙기던 남자가 미소를 짓는다. 아까 문을 열어줬던 친구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브람이라고 하는데 이름이 뭐예요?” 능숙한 영어를 구사한다. 보자마자 이름부터 묻기에 미국 사람인가 했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미국 사람들은 만나면 항상 통성명을 먼저 한다.) 미국인 특유의 분위기가 안 보인다. 좀 더 소박하고 수줍은 느낌이다. 알고 보니 스웨덴인이란다. 게다가 스무 살도 안 되었다. 친구와 함께 이제 막 1년 일정의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아∼ 1년이라고? 어떻게 1년 동안 여행할 생각을 했어?”

“별 생각 없었어. 그냥 오랫동안 여행을 하고 싶었어. 문제는 말야…. 1년 동안 여행 가려고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나왔는데 막상 나와 보니 뭘 할지, 어디를 갈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지. 함께 여행을 시작한 크리스티나와 ‘어딜 가지?’ 하다가 갑자기 두바이에 가자고 해서 내일 두바이로 떠나기로 했어. 그런데, 우린 두바이에 뭐가 있는지도 몰라. 웃기지?”

◇무선 인터넷으로 비행기표를 예매하던 필자(가운데)를 기다리는 브람(왼쪽)과 크리스티나.


“하하하. 재밌네. 그래도 여유가 있으니까 괜찮아.
 다니면서 뭘 하면 되는지 알게 될 테니 말야. 이스탄불도 좋은데…. 그동안 이스탄불에서는 뭐하고 있었어?”


“매일매일 그냥 하루 종일 똑같은 길을 걸어 다니고 있어. 우리 웃기지?”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면 기본적인 준비, 여행지에 대한 공부, 스케줄 잡기 등등…. 뭔가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물론, 취향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첫 여행을 망설이는 초심자에게 몇 번 다녀온 사람들은 이렇게 조언하곤 한다.

“일단 비행기표를 사. 그 뒤엔 저절로 해결돼.”

모든 준비를 완벽히 해야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이 세상 여행 인구가 100분의 1쯤으로 줄었을지도 모른다. 스무 살도 안 된 브람과 크리스티나의 여행 첫 단추는 서툴렀지만 내겐 예뻐 보였다. 원래 시행착오를 겪으면 더 알찬 뼈와 살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날 저녁, 며칠 뒤의 목적지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저가 항공을 예매하기 위해 무선 인터넷이 되는 호텔 계단에 앉아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다. 브람과 크리스티나가 계속 주변을 배회한다.

“함께 바에 가는 게 어때? 우린 정말 심심해. 제발 놀아줘.”

놀아 달라며 인터넷을 이용하던 필자의 옆에 앉아 계속 기다리던 장면이 재밌어서 찍은 사진 한 장이 두고두고 필자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 느려 터진 인터넷 때문에 함께 놀러 가지는 못했지만 참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아쉽다.

브람과 크리스티나는 지금쯤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던 두바이를 지나 아시아로 들어가 3개월째 여행 중일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뭘 할까’,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 그 나라와 도시에 익숙해지고 천천히 알아가고, 그렇게 세계와 만나고 소중한 것을 배우고 있을 것이다. 
◇ 아야소피아의 내부.

터키, 이스탄불
현재 터키의 수도는 앙카라(Ankara)이며, 예전에 콘스탄티노플로 불렸던 이스탄불은 무려 1100년 이상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다. 지금도 여전히 동서문화의 다리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스탄불의 유럽 지역인 구시가지 쪽에서 배를 타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면 같은 터키인데도 아시아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스탄불은 이같이 수십분 안에 두 대륙에 발을 딛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 도시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아야소피아(Ayasofya)는 처음에 정교회 대성당이었으나 오스만제국에 도시가 함락한 후에는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다. 이 또한 유럽과 아시아 문화가 어떻게 충돌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구시가지가 과거의 모습이라면, 탁심(Taksim·서울의 명동과 같은 곳)은 현재의 터키 모습을 보여준다. 두 곳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블루모스크가 잘 보이는 전망 좋은 찻집에서 해질녘 아잔(이슬람 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을 들으며 마시는 차이(Cay) 한 잔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여행정보
이스탄불은 일반적으로 아타튀르크 공항(Ataturk Istanbul Airport)이나 뷔위크 버스터미널(Buyuk Otogar)을 통해 들어가게 된다. 시내까지 메트로와 트램을 이용해 쉽게 구시가지인 술탄아흐메트(Sultanahmet)로 들어갈 수 있다. 이 주변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숙소가 분포되어 있다. 도미토리는 10∼12유로, 트윈룸은 30∼50유로에 구할 수 있다. 숙박비는 현지 화폐인 YTL(Yeni Turk Liras. 보통 ‘리라’로 읽음. 1YTL=약 0.5유로)보다 유로로 지불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스탄불에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는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케밥(kebab)은 꼬치에 닭, 양, 소고기를 끼워주는 ‘시스케밥’(Sis Kebab)과 큰 꼬챙이에 고기를 차곡차곡 쌓아 돌려가며 구워 익힌 부분을 얇게 잘라 빵에 야채와 함께 끼워 주는 ‘되너 케밥’(Doner Kebab)이 있다. 이외에도 치즈, 소고기를 넣은 패스트리인 뵈렉(Borek)과 고기 완자구이인 쾨프테(Kofte), 터키식 피자인 피데(Pide), 얇은 피자 모양인 라흐마준(Lahmacun) 등 먹을거리가 많다. 인터넷은 한 시간에 2TYL.

                       ◇ 터키인이 즐겨마시는 차이        ◇ 고등어 케밥                                  ◇ 고기완자인 쾨프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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