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네째 날의 이야기지만 첫 번째 글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니
처음 읽으시는 분은 위에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

 
 [위의 사진] 표지를 따라 가자

7시에 일어났다. =_=

뭐 오늘도 거의 다 떠나 버린 상태였지만, 어제의 '공포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아직 출발하지 않은 사람들의 눈밑엔 다크서클이 가득하다. -_-

바로셀로나 할아버지는 이걸 아시는지 모르시는지...(제발 아셔야 할텐데...-_-;)
내가 일어났을 땐 벌써 떠나고 없었다. 부지런도 하시지.

넷째날, 팜플로냐(Pamplona) 21km
7시 40분 출발.
어제는 산길이었는데 오늘은 황금색 물결이 가득하다.
[위의 사진] 밀밭이 맞는 거지? 어디선가 여우가 나타날 것 같다

걸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난 용꿈을 꿨다. -_-

다이어리에 써있는 걸 그대로 인용하자면,

'히마'라고 불리우는 용이 있는데, 그 용은 연구소 사람들이 만들었다.
그 연구소에는 어떤 동물의 내장들만 복제해 생선을 만든 후 튀기는 요리를 했다.
.......-_-;

무슨 소리야...? -_-

내가 걸었을 때(2006.6.16~) 황우석 박사 이슈가 떠올랐었나? -_-;
걸으면서도 나라를 걱정하고 있었나....? 라기 보단 잠을 제대로 못잔 거다. -_-;
그래도 개꿈을 왜 적어놨을까? -_-;

흠. 후안 할아버지의 소리가 용의 울음소리라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_-

길은 별로 힘들지 않았으나, 몸이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맑지 않다.

걷는데 저기 앞에서 누군가 거북이처럼 커다란 가방을 메고
등산용 스틱을 양손에 쥐고 보조하면서 정말정말 힘들게, 
거북이처럼 느리게 한발한발 길을 걷고 있다.
(매번 추월당하기만 하는 내가 추월할 정도였으니!!! -_-;;;)

몸이 불편한 사람인 것 같았다.
지나치려다 얼굴을 봤는데, 정말 힘들어보여 가던 길을 멈추고 괜찮냐고 물었다.

피터는 헝가리인이었는데, 걷기 시작한지는 나랑 똑같다.
그런데, 몸이 불편한 장애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_-;

문제는 거대한 가방 때문에 그렇게 걷고 있었던 것.
아마도 10kg정도는 될 것 같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15키로는 넘어보인다. -_-;;;

하긴, 나중에 보니 체력좋은 남자애들은 20키로도 메고 걷는 걸 보긴 했지만,
저러다 관절 나가면 어쩌려고 그러나 걱정이 되면서 (나름 할머니 마인드)
걷기 시작한 지 며칠되지도 않은 초짜 순례자, 똑같은 짠밥 주제에
짐을 집으로 보내라는 둥~ 그러면 뼈가 안좋아진다는 둥~ 조언을 했다. -_-

그날 이후에도 3일 동안 피터를 길에서 계속 만났는데,
항상 나보다 먼저 일어나 걷다가 매번 나에게 추월을 당했고
그런 뒤, 내가 숙소에 도착해 씻고 빨래를 하고 장을 보거나 해서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틈에 도착해 거대한 등딱지를 벗고
주변 사람들과 헤헤~ 거리며 얘기하고 있는 피터를 만났다.

단지 조금 느린 것 뿐이었다.

피터는 미련하게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짐을 집으로 보내지도 않고
땡볕아래에서 죽어가는게 아닌가 싶은 거북이처럼 힘들게 한발한발 걸었다.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나보다 더 오래걸었지만
결국엔 항상 목표했던 곳에 도착해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었다.

난, 그가 마음에 들었다.

 [위의 사진] 순례길을 시작하자 보이지 않던 '표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팜플로냐에 도착
사실은 5키로 정도 더 걸으려고 계획했었는데, 어제 잠을 못잔 관계로 포기. =_=
팜플로냐에 묵기로 했다. 일단 숙소를 찾자.

흠~ 도시 분위기가 관광지다!
성곽으로 둘러쌓인 아름다운 소도시.

이름이 낯익다했더니...
예전에 맨리님을 인터뷰할 때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도시였다. -.-

여기에 있었구나. 호오~

이때까지 지나치거나 묵었던 마을에 비해 커서
지도가 없으니 숙소가 어딨는지 찾을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숙소를 찾았다.
[ 왼쪽 사진] 내가 묵었던 숙소

Albergue Camino de Santiago 5유로
성안에 위치. 물어물어 찾음. 탈수기 무료사용 편리.
방(이라기보다 구역?)별로 문이없다. -_-;


숙소에 도착하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젠, 쉴 수 있다! ㅠ_ㅠ

오늘은 정말 일찍 자야지....:) 하는 기대에 부풀어
배정받은 침대로 가서 짐을 내려놓으려는데....허거거걱!!!

"안녕, 아니따(내 스페인어 이름)~ :)"

후안 할아버지가 침대에 앉아 환한 웃음으로 내게 인사를 하신다. @_@

내 평생 이렇게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적도 없을꺼다. -_-

하하하하. 안녕하세요. ^^;;;;; 라고 말하곤...얼른 리셉션으로 내려왔다.

깐깐해 보이는 아줌마 한명과 할머니 두 분이 계시는데,
내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제 저 할아버지랑 같은 방을 썼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잠을 못잤고...
나도 잠을 못자서 오늘은 정말 꼭 자야겠는데
같은 방에 계실 줄은 몰랐다고...ㅠ_ㅠ

제발 방을 바꿔달랬는데....
이미 침대번호가 배정이 되어서 안된단다. -_-

OTL 좌절. 절망. 슬픔. ㅠ_ㅠ

애처롭게 쳐다보면서 Tapones를 사란다.

따뽀네스. 귀마개다. ㅜ_ㅜ

미리 말해두지만,
귀마개 순례자 길에서 필수품목이다. -_-


기운없이 방으로 올라와 씻고 빨래를 했다.
점심을 먹은 뒤... 난, 따뽀네스를 사야하니까....ㅠ_ㅠ

[오른쪽 사진] 숙소안에 붙어있던 것. 이상하다.
어제 분명히 715km였는데 오늘이 714km면
오늘 하루종일 걸은게 고작 1km란 거냐? -_-
(나눠 준 공식자료에서도, 가이드북에도 km는
모두 제각각임 -_-)


 [위의 사진] 알베르게에서 본 팜플로냐. 스페인식 기와지붕이다.

따뽀네스를 사러
알베르게에서 식당과 따포네스를 살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얻어 밖으로 나왔다.

[왼쪽 사진] 관광안내소에 들러서

여행정보도 좀 얻고(직업병. -_-) 지도도 받았다.

오오~ 슈퍼마켓도 있고,
상점도 있다.

가장 시급했던 850ml짜리 물통을 하나 샀고(걸쇠가 있어 이제 손에 들고다니지 않아도 됐다), 자외선 차단+땀닦기 겸용으로 얇은 스카프도 샀다.

그리고 도시를 천천히 감상했다.



 [위의 사진] 소몰이 경기 축제의 포스가 느껴지는가? ㅎㅎ
화끈한 빨간색!

 
[위의 사진] 7월 초에 열리는 축제라 6월 19일이었던 당시, 곳곳에 축제준비 분위기가 가득.
걷지만 않았으면 남아서 축제의상으로 변신 후 축제를 마음껏 즐겼을텐데...아쉽다.
관련 사이트는 http://www.sanfermin.com (2010년은 7월 6일~14일까지)


[위의 사진] 간만에 먹은 간식. 맛났당. 총 4.1유로.

[위의 사진] 사진만 봐도 냄새가...--; (내 신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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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리띠의 여행 플래닛,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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