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세째 날의 이야기지만 첫 번째 글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니
처음 읽으시는 분은 위에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



내 방에는 다섯 명의 순례자들이 있었다.

걷는 사람들이 얼마 안되네..? 하고 생각했더니 유스호스텔은 비싸서(8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순례자 숙소에서 묵고 있다고 했다.

물론, 유스호스텔도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Credencial)*이 있어야 8유로겠지만...
보통 유럽의 호스텔 도미토리가 20유로라 싸다고 생각했는데 순례자들에겐 아닌가보다. -.-


나중에 궁금해서 놀러가봤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 장난아니다.
칸막이 없이 2층 침대만 가득하고, 건물안도 어두침침. 게다가 Full. 조금 충격받았다. -_

여기서 잠깐!
숙소(알베르게)는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공식 알베르게(Municpal)와
사설 알베르게로 나뉘어지는데 가격은 공식이 훨씬 저렴하다.(3-5유로)
장단점이 있는데, 사설 알베르게는 공식에 비해 소규모고 가격도 좀 더 비싸지만 대체적으로 좀 더 깨끗. 공식 알베르게는 대규모라서(보통 100명 안팎) 순례자들이 북적이는 성수기에도 침대확보가 용이하다.
사설 알베르게에 비해선 시설이 평균적으로 떨어진다. (침대 100개가 문없이 한 공간에 있기도 한다. ㅎㅎ)

뭐, 공식이건 사설이건...
위의 말과 관련없이 사람들은 가격대비 시설이 좋은 곳에 묵는다. -.-
나도 골고루 묵었으니 공식? 사설? 하는 편견은 갖지 말 것.


우리방에는 나처럼 갓 걷기 시작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프랑스의 Le Puy에서 시작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벌써 700키로를 걸었다.)

이틀동안 삽질한 얘기를 해줬더니 모두들 너무 친절하게 내게 조언을 해준다.

"네 짐이 얼만지는 모르겠지만, 일주일안에 한박스 집으로 보내게 될 껄? ㅎㅎ"

하하. 모두 한맺힌 경험담이다. 나도 이틀동안 느꼈다. ㅋㅋ
하지만, 내 짐을 보더니 그것밖에 안쌌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큰 눈에 동그랗게 하니까 무서웠다-_-) 놀란다.

그래도 여행을 좀 했던 경험으로 필요한 짐만 가져오긴 했지만,
내 가방에는 크림(얼굴, 손, 몸 등등)들이 가득해서 부피는 작지만 무겁다고 얘기해줬다. -_-;
모두 여자들이어서 겸사 자외선에 대한 피부관리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물을 도대체 얼마나 갖고 다녀야 하는 거냐고 했더니
24살 때 몽블랑을 등정했었다는
(거기가 피레네보다 더 높나보다. 얼굴에 자랑스러워하는 빛이 가득~)
프랑스 아주머니는 자기는 1.5리터짜리 물통 2개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걷기 때문에 관절과 몸을 위해선 하루에 4-5리터의 물을 마셔야 한댄다.
난...500ml 통을 갖고 다녔었는데...-_-;;;; 얘기했더니 다들 절대~ 안된댄다.

그래도 1.5리터짜리 2통을 지고서는 못다니겠다. -_-
3L를 어떻게 지고 다니나?
관절위해 물 챙기다 관절나가겠단 생각이 들었다. -_-

아무리 그래도 500ml는 너무 작다. 죽을뻔 하지 않았나..! -_-;;;
조만간 대책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숙소 근처에는 항상 순례자들을 위한 셋트메뉴(전식+본식+후식으로 구성된)가
7-12유로선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이곳엔 저렴한 식당이 딱 하나 있다나...?
(들은 것에다 다리가 아파서 주변을 돌며 확인을 한게 아니라 정확하진 않다. 여튼 산이라 거의 없다!)
그냥 가도 될 것 같다고 프랑스 언니 한명과 갔는데, 예약한 수대로 음식을 준비해 안된단다. -_-
(4시쯤에 예약하고, 저녁식사는 7시인가 그랬다. 알아둘 것)

그냥 숙소로 돌아와 갖고 있는 과일과 빵을 먹었다. (맛난거 먹으려고 했는데! ㅠ_ㅠ)

시간이 조금 지나니 사람들이 갑자기 다들 내일을 위해 잔단다.
모야, 9시 밖에 안됐는데...-,.-;; 했더니 내일 5시부터 일어난다나? 헉..-_-;;

왜그리 일찍 일어나냐고 했더니...
아침에 걷는게 힘들지 않단다. 정오가 넘으면 해가 강해지기 때문에
정오 전에 도착하려고 하기때문이란다. 또, 아침에 걷는게 기분이 좋단다.
내 방의 사람들은 5시 반에서 늦어도 6시에는 출발한다고.
무서운 사람들...-_-;;;

역시, 내가 걷는 중에 아무도 만나지 못한 건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ㅠ_ㅠ
난 첫날엔 10시, 둘째날은 1시에 출발했었는데...--;;;
다들 한참 걷거나 목표지점에 도착했을 때 난 걸었으니...-_-;
당연히 걷는 사람들은 한명도 못만나고 자전거 순례자들만 만난 것이었다. ㅠ_ㅠ
(참고 : 자전거 순례자들은 하루에 100km씩 달린다. -_-)

셋째날, Zubiri 22Km


사람들의 짐싸는 소리에 일어나니 6시다. =_=

벌써 침대 두 개는 비어 있었고, 한사람은 씻으러 갔고, 두 사람은 자기 침대에 앉아 조용히 준비해 둔 빵과 치즈, 요구르트를 꺼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다시 조금 자다가 세수를 하고 왔더니 그나마 한 사람도 떠나고 마지막 한 사람이 문을 나서며 내게 인사를 한다.

그나마 나름 노력해서 일찍 일어난건데 내방에선 꼴찌다. -_-;;;

출발시각 7시 10분.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묵었던 [위의 사진] 숙소 앞을 지나는데 
순례자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여전히 길을 못찾아 헤매는데, 저쪽이에요~ 하고 길을 알려준다.
아하하. 난, 초짜 순례자. -_-

그래도 감사하다. 이틀동안에 비하면...ㅠ_ㅠ
순례자들을 이렇게 많이 보고, 게다가 대답해줄 사람들을 만나다니...ㅠ_ㅠ

 [위의 사진] 표지가 보인다. :)

아싸아~ 내리막 길이다. ㅎㅎ

이틀동안 정말 울 것 같았는데, 내리막 길을 보니 기분이 장난아니게 좋당. 
역시, 힘들 때가 있으면 쉬울 때도 있는 법. :)

가방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 오른손에 들려진 지팡이는 땅을 가볍게 두드리고
내 걸음은 나는 것처럼 가볍다.

입에선 흥얼흥얼 노래가 나오고,
맑은 공기는 내 폐속에 가득퍼져 내 몸속의 더러움을 씼어낸다.

비단, 나 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반짝인다.
 
걷길 잘 했다.

 [위의 사진] 양이 이렇게 일찍 일어나 밥을 먹는 줄 몰랐다. -.-;

    양 떼들이 내 옆을 지나간다. 음메에에에~
    딸랑딸랑, 소 떼들도 내 옆을 지나간다. 음머어어어~

    양치기 아저씨가 현대적인 옷만 입고 있지 않았다면
    정말 내가 상상했던 순례자의 길 분위기다. 하하. :)

    [위의 사진] 계속되는 내리막.
    순례자들은 자연스럽게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걸어간다.

    앞에 마을이 보였다.

    마을을 통과하는데 카페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순례자들이 가득하다. 하하.
    왠지 검소하게 딱딱한 빵과 치즈정도를 먹으며 조용히 걷기만 할거라는 나의 상상과는 달리 작은 관광지의 카페에 들린 여느 여행자들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ㅎㅎ

    나도 적당한 카페에 들러, 아침밥을 먹고 다시 출발. :) 

    [순례자들의 친구-1. 달팽이]


    걸으면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동물 중 하나.
    산길을 걷다보면 새벽부터 부지런히
    조금씩 기어가고 있는 달팽이들을 만난다.

    달팽이도 많이 봤지만,
    무참히 밟힌 죽은 달팽이의 시체도 장난아니게 많다. -_-;;;

    서양애들이 워낙 커서 달팽이를 볼
    시야확보가 안되는 건지, 일부러 재미삼아 죽이는 건지
    늦게 출발한 내게 너무 자주 목격되었던 죽은 달팽이 시체들.

    지역별로 색깔도 다르다. -.-

    [위의 사진]은 주황색 빛이 나지만,
    산티아고쪽으로 갈 수록 검은색을 많이 띤다.

    걸려넘어질 게 없는 안전한 땅에서도
    긴장하고 바닥을 보며 걷게 만든 장본인.

     
    식수확보에 대해
    전날 들은, 1.5L짜리 두통...얘기가 머리를 뱅뱅돌고 있었는데,
    걸었던 이틀과 달리 스페인 지역은 순례자들을 위해 식수대를 곳곳에 만들어놨다.

     [위의 사진] 순례자들을 위한 식수대

    1.5리터짜리 물통 하나를 사려다가
    적당한 간격으로 있는 식수대를 보자 생각 급선회. -_-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한다. -_-

     [위의 사진] 걷는 동안 볼 수 있는 예쁜 집

      [위의 사진] 녹색 창문

     [위의 사진] 715km 남았단다. 멀었다~

     Zubiri에 도착


    걷다보니
    [위의 사진] 과 같은 마을이 나타났다.

    순례자들의 모습과 널어진 빨래, 북적북적한 모습에 지도를 확인하니
    오늘 자려고 생각해뒀던 수비리(Zubiri)에 도착한 것.

    모야??  고작 1시 40분인데..
    하하하하. 역시 일찍 출발했더니..ㅠ_ㅠ 감격!

    22km를 5시간 30분 걸렸다. 우아우아.
    내가 자랑스러워. 뿌듯~ ^-^

    내리막 길에, 중간 중간 마을에,
    매일매일이 이렇다면
    앞으론 별로 어렵지 않겠다. 하하.
    피레네 산맥은 너무 힘들었어. 삽질만 안했어도...-_-;;;


    여튼, 일단 숙소를 찾아야지~



    다리를 넘자마자 [위의 사진] 의 숙소가 보여서 들어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깔끔해 보인다.

    자리가 찼을까 좀 걱정됐다. 리셉션 자리가 비어있어
    땀에 찌든 몸 그대로, 가방도 멘 채 기다리고 있는데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들어온다. 순례자다.

    기다리는 동안 얘기를 나눴는데, 벌써 700km를 걸었단다.

    할아버지의 나이, 60세.
    도대체 왜 이 길을 걷고 계신걸까?

    숙소 주인이 돌아와 말이 끊어졌다.
    다행히 자리가 있다. 안도.

    Albergue Zaldiko 10유로. 인터넷 무료
    마을 입구인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있다.
    아주 작은 마을이라 찾기 쉽다. 주소 불필요. 16명 정원.
    예약 : 609 736 420


    [위의 사진] 수비리의 46명 규모의 공식 알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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