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물일곱번째 날의 이야기지만 첫 번째 글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니
처음 읽으시는 분은 위에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

이미 100번은 본 것 같은 순례자 동상.
그래도 아무리봐도 질리지 않아.



이렇게 많은 마을을 지나긴 처음이야
오늘은 7시 10분에 출발했다.
비록 다른 사람들처럼 6시 대에 출발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7시 초반대에 출발하는 내가 너무 기특하다.

이렇게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래야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 가는데..-_-;)


다리가 좋지도 않지만, 오늘은 조금은 긴장해야하는 날.
30km를 걸을 예정이고 순례자의 길 중에 있는 세 개의 높은산 중 마지막 하나를 올라야 한다.

[위의사진] 새벽, 자전거 순례자 부부가 길을 나서고 있다.
조기~ 다리 중간쯤에 보이나? +.+


마을을 벗어나 도로를 따라 걷게 되었는데
신기한 표지판이 나왔다.

[위의사진] 무슨 말일까...-_-;;;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네.


어제 오늘 걸을 일정을 작은 포스트잇에 적는데...
세상에나... 오늘은 왜 이리 마을이 많아. -_-;;
첫번째 도착한 마을 페레헤(Pereje, 6.5km)

    두 번째 마을 트라바데리오(Trabaderio, 5.5km)

    세 번째 마을 라 뽀르텔라 데 발까르세(La Portela de valcarce, 3.3km)
    [위의사진] 이곳에서 당나귀를 데리고('타고가는'이 아닌...) 가는 순례자를 발견.
 [위의사진] 딱, 탐험가 복장이신데? +.+

 [위의사진] 산티아고 190km, 피레네 산맥의 꼭대기 론세바예스 559km

난 생쟁에서부터 걸었으니.... 아... 벌써 내가 걸어온 길이 600km정도가 되는구나.


네 번째 마을, 암바스메스따스(Ambasmestas 1.4km)

다섯 번째 마을, 베가 데 발까르세(Vega de Valcarce, 2.2km)

 
주로 도로를 따라 걸었는데 사람도 없고.. 한가하기만 하다.
(길이 재미있지는 않지만 대신 죽죽~ 빨리 걸을 수 있다.)

두 번째 마을부터였던가
봉고차 하나가 천천히 도로를 움직이며
띵똥땡~ 소리를 내고 있다.

지나칠 때 흘깃 보니 빵을 판다.
차 안에는 종류별로 빵이 가득한데
차가 지날 때면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집에서
하나둘씩 사람들이 빼꼼히 나와 빵을 사기 시작한다.

신기하다. +.+

왠지 빵을 사둬야할 것 같아
바게트빵 반개를 샀다.

그런데,
세 번째 마을에서도 그렇고...
네 번째 마을에서도, 다섯 번째 마을에서도...
계속 빵장수 차와 마주친다. -_-;

이럴 줄 알았으면
나중에 빵을 사도 되었는데...
괜히 빵 무게만 보탰잖아..-_-;;;

처음엔 내가 빵장수 차를 지나쳤었는데
어느새 빵장수 아저씨의 차는 나를 지나쳐 다음 마을에서 빵을 팔고
또 빵을 파는 동안 난 다음 마을로 가고...
이렇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고 있다.


처음엔 빵을 사면서 인사를 했는데
계속해서 마주치니 아저씨도 민망한가보다.

어쨌거나 나랑 차랑 속도가 비슷하다니

차가 만만해보였다.
.
.
.

마을을 지나는데 순례자 자전거가 보인다.
(자전거 뒤쪽에 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개가 달려있다)


 이런 곳엔 필시...카페가 있다. -.-

시계를 보니 12시 반쯤 되었길래
잠시 들러 에스프레소 한잔(
1.3유로)을 하며 쉬었다.

그리고, 조금 걸어가는데... 먹을 게 나타났다! +.+

 [위의사진] 내가 사랑하는 체리!! 세레사~~ >.<

마침 나무 밑에 앉을 공간도 있길래
이곳에서 아까 산 빵과 어제 사둔 토마토와 소세시를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고, 후식 채집을 시작했다. ㅎㅎㅎ

 [위의사진] 열심히 따서 모자에 담았다.

 [위의사진] 한웅큼 따서 씻었지. 반짝 반짝. 신선하다.

혀가 빨개질 때까지(체리 먹으면 혀가 빨개지나? -_-;)
후식으로 체리를 먹으며 걸었더니
랄랄라~* 기분이 좋아진다. :)

본능에 참,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여섯 번째 마을, 루이테란(Ruitelan, 1.7km?)

 일곱 번째 마을, 라스 에레라스(Las Herreras, 1.1km)
 
빵장수 아저씨의 차는 여기까지 왔던 것 같다. -_-

길 중간의 커다란 빵집에
차를 넣는 것까지 봤다.

길동무 빵장수 아저씨도 이제 빠빠이.

드디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순례자의 길에는 해발 1,400m가 좀 넘는 피레네를 포함한 두 개의 산과
오늘 오를 1,300m정도 되는 산까지 큰 산이 세 개가 있다.
지금 오를 산이 산티아고의 커다란 세 개의 산 중 마지막 산이다.

다리가 괜찮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여덟 번째 마을, 오스삐딸(Hospital, 1km)

[위의사진]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위의사진] 차가 다니는 도로를 따라가도 되지만,
순례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자.


훨씬 아담한 오솔길이다.

 [위의사진] 산 속 마을에서 만난 동네 아저씨가 나무째 꺾어준 체리.

곳곳에 있는 식수대의 물은 맑고 맛도 좋다.
유럽에는 석회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쪽 물은 정말 깨끗하다.

 [위의사진] 한참을 오른 산속의 정경.

이제 산을 오르는게 두렵지 않았다.
신기하게 별로 힘들지 않았다. 여기까지는...-_-;

드디어 갈리시아의 땅
주를 나누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갈리시아.
이제부터는 산티아고를 포함하고 있는 주, 갈리시아의 땅이다.
왠지 모를 벅찬 마음에 심장이 두근댄다. 내가 여기까지 걸었다니...

[위의사진] 까스띠야 이 레온(Castilla y León)을 지나
갈리시아(Galicia 또는 Caliza)땅에 도착했다.


[위의사진] 그리고 이제 151.5km가 남았다.

스물 일곱번째 날, 오세브레이로(O'cebreiro) 30km

[위의사진] 높은 산에 위치한 마을은 경치좋은 관광지 분위기다.

눈 앞에 알베르게가 보이는데 제대로 걷지를 못하겠다.
한걸음 한걸음이 문워킹(달에서 걷는 걸음)처럼 느리고 도저히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지팡이가 없었다면 아마 오늘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었을지도 몰라.

다리가 후들후들, 30km, 많이 걷기도 했지만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다.
다리와 발바닥의 통증은 더 심해져 바닥의 작은 돌까지 발바닥에 느껴지고 있다.

거북이처럼 걸었지만 결국은 언제나 그렇듯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알베르게 앞에서 한국사람같은 동양사람이 휙 지나가는 것 같았는데 뒤돌아볼 기력도 없었다. =_=

[위의사진] 왼쪽은 갈리시아 주의 알베르게 마크.
순례자보다는 몽둥이를 든 유령같이 느껴져 그닥 친근감이 들지 않는다. -_-;

7시 10분 출발, 4시 50분 도착.
8시간 30분 소요.

갈리시아주의 순례자 숙소는 저 마크가 있는 공식 알베르게는 도네이션제로 운영된다.
순례자들은 대부분 무료로 이용한다.


이날의 저녁 식사

 [위의사진]  순례자 메뉴. 전식-본식-후식 포함해 8유로.
스테이크는 좋은데... 감자튀김이 싫어. ㅠㅠ

다리는 아팠고,
하루는 길었다.

그래도 마지막 고비를 넘으니
뿌듯하고 홀가분했던 하루.


"순례자의 길을 걷던가 말던가..."

이런 게슴츠레한 눈빛의 개가 행복해 보였어.

2008. 11. 7(2010.4.5 업데이트) pretty chung..:-)

다음 글 읽기 ☞ [순례자의 길30] 스물여덟번째 날, 구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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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현석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어 봤네요.저도 12년 10월에 갔다왔는데,살면서 문득.문득 그곳이 그리워집니다.죽기전?에 같이간 친구랑 함 더 가자는 약속은 해놨는데...

    2014.07.04 16: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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