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지만 묘한 설레임이 있는
진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쓴 진주 귀고리 소녀를 읽은 사람이라면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2003)'가 무척 반가우셨을 겁니다. :)

제게 슈발리에의 소설이 매력적이었던 건
그녀가 '진주 귀고리 소녀' 를 보고 예술가다운 상상력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의 풍경과 분위기를 상상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그림이 탄생했는지
실타래가 풀리듯 술술~ 이야기를 지어냈으니까요.

그녀의 책은 비록 허구이지만 베르메르와 하녀간의 로맨스를 상상해
그 상상만으로 '정지된' 그림을 어떤 비밀이 감춰진 그림으로 숨쉬게 만들고
베르메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듭니다. :)

그래서 '진주 귀고리 소녀' 그림도 아름다웠지만
이러한 작가의 창조적인 상상력 또한
그에 못지 않은 감동을 가져오게 해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답니다.

제게는 그런 책이었으니 영화가 나오자
배경이 된 네덜란드의 '델프트'라는 곳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

[위의 사진] 진주 귀고리 소녀처럼 포즈를 취한 스칼렛 요한슨 :)
왼쪽 사진은 수채화에요~ 유화는 아래에 있습니다~

책과 영화의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내용은 이렇습니다.
1665년 플랑드르 지방, 델프트에 사는 중산층의 화가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가 한명 들어옵니다.
16살인 그녀의 이름은 그리트, 타일도공인 아버지를 둔 개신교 집안의 소녀인데
집이 가난해 천주교를 믿는 베르메르의 하녀로 들어오게 된거죠.

베르메르와 그리트는 묘한 감정이 오가며
베르메르는 그리트에게 물감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그의 일을 돕게까지 하지만
특별히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이 있는 매력적인 내용입니다. :)

하녀에게 값비싼 진주귀고리를 걸어주기 위해 귀를 뚫어주는 에로틱한(?) 장면이나
완성된 초상화를 보고 배신감과 질투심에 울부짖는 그의 아내의 모습이
(그림에서 자신의 진주귀고리를 건 하녀를 보았으니까요)
이 영화의 가장 격정적인(?) 장면입니다. :)

이번 기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에 대해 소개할 수 있어 즐거운데요,
올 여름, 많은 분들이 방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북구의 모나리자, 진주 귀고리 소녀
 [왼쪽 사진]은 '북구의 모나리자' 또는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리우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1665년)'입니다.

커다란 눈망울, 립글로즈를 바른듯한 촉촉한 붉은 입술,
머리는 이국적인 푸른색과 노란색의 천으로 꼼꼼히 가렸고
귀에는 아주 커다란 진주 귀고리가 걸려 있습니다.

지금도 저 정도 크기의 진주 귀고리는
희귀할 뿐만 아니라 매우 고가인데요, -.-
베르메르가 살았을 당시에도 진주 귀고리는
부유한 여성들이나 소유할 수 있는 귀한 보석이었고
크기가 클수록 부유함의 상징었습니다.

매혹적인 모습의 소녀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궁금증을 유발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베르메르의 일생처럼
모델에 대한 정보가 없어 더욱 신비로운 그림으로 남게 되었죠.

사실, 이 그림은 1881년 A.A. des Tombe라는 사람이
헤이그의 경매에서 2.3길더(겨우! =_=)에 샀다가
1902년 상속자없이 사망하면서
마우리츠하우스에 자동으로 기증된 작품이랍니다.
 
베르메르의 작품들은 1866년 예술 비평가인 Thoré Bürger에 의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사진] 진주 귀고리 소녀가 있는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우스(Mauritshuis)

[위의 사진] 책과 영화 덕분에 미술관의 기념품점에는 '진주 귀고리 소녀'가 가득합니다. :)


델프트의 베르메르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1632~1675)가 태어나 평생을 산 곳은 델프트(Delft)입니다.
그런 이유로 '델프트의 베르메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위의 사진] 델프트는 걸어다닐 수 있는 아담한 도시입니다.
가운데 여백이 보이는 곳이 중심가인 마르크트(광장)이고 신교회와 시청이 있어요.

그는 이곳에서 1653년에 Saint Luke 길드의 조합원이 되었고, 일생동안 35여점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중 델프트를 배경으로한 풍경화가 2점이 있고, 나머지는 초상화나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렸죠.

그는 델프트에서만 잘 알려진 화가였는데 이유는 워낙 작품을 조금만 그리기도 했고, 생도 짧았고,
또, 이 지역의 그림 수집가였던 Pieter van Ruijven 이 그의 그림을 대부분 샀기 때문입니다. 
그는 적은 편수의 그림의 수입에 대가족이었기 때문에 그리 부유하게 살지도 못했고,
사망 당시에는 남은 빚 때문에 그의 부인은 그림을 팔아야할 정도였습니다.

이 시대의 상황을 알면 좀 더 재미가 있는데요,
17세기는 네덜란드가 해상무역으로 부를 축척하고 식민지를 경영했던 '황금시대'입니다.
이 시기에 가장 강력하게 두각을 나타낸 계급은 당연 부유한 상인들이었죠.

왕족이나 성직자 그리고 귀족들이 미술작품을 주문했던 중세시대와 달리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장식하고 부유함을 보여줄 미술작품을 원하게 됩니다.
이들이 원하는 작품들은 사진이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초상화를 많이 원했고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사실주의 화풍이 발달해 있었습니다.

잘 아시는 렘브란트는 '렘브란트 라이트'라는 조명같은 빛을 활용해 인물을 강조했었는데요, 
베르메르는 사실주의 작가이면서도 '렘브란트 라이트' 같은 강한 극적인 느낌의 빛보다는
빛을 한번 순화시킨듯 부드러운 느낌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했습니다. 

[위의 사진] 진주목걸이를 한 여자(1662~1664, 독일 베를린 Staatliche 박물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인데, 아직 직접보지는 못했답니다. :)
있는 그대로를 묘사한 작품이지만, 빛이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자연스럽죠? :)

제가 델프트를 찾았을 때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였는데요,
기차역에서 중심가까지는 운하를 따라 조금 걸어가야 합니다. :)

 [위의 사진] 네덜란드는 어딜가나 운하입니다. :)

 [위의 사진] 마르크트(광장)의 신교회에서 바라본 델프트의 모습

 [위의 사진] 마르크트에서 바라본 신교회

영화는 마르크트에서 시작해 마르크트에서 끝이 납니다.
[위의 사진]에서 동그란 원형으로 표시된 곳은 나침반으로 16세기에 있었다가 사라진 것인데요,
영화 제작을 기념으로 다시 복원했다고 하네요~

영화 전반부에는 스칼렛 요한슨이 베르메르 집의 하녀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치던 곳이고,
또 하녀에서 쫓겨나 광장으로 걸어 나올 때도 같은 장소에서 잠시 생각을 하듯 서 있죠.


나침반 가운데에는 'Elck wandel in godts wegen' (모든 길은 신의 뜻에) 라고 쓰여 있습니다.

[위의 사진] 영화에서의 신교회, 광장을 지나쳐가는 그리트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곳은 주로 이 주변에서 찍었는데
델프트 뿐만 아니라 베니스, 벨기에의 Damme, 룩셈부르크 영화 촬영소에서 찍었다고 하네요.

  [위의 사진] 신교회의 내부는 네덜란드 독립의 아버지, 오렌지 왕자의 무덤이 있습니다.

 [위의 사진] 델프트의 신교회는 왕가의 무덤이 안장된 곳입니다.
현재의 왕족들 역시 죽으면 이곳에 묻히게 됩니다.

 [위의 사진] 근처에는 구교회가 있는데 개신교였던 베르메르는
1653년 카타리나 볼너스와 결혼한 후 부인을 따라 카톨릭으로 개종했죠.
부인과 사이에 11명의 자식을 낳았다고 합니다. +.+


그래서 그의 무덤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무덤

델프트의 곳곳에는 아래처럼 큐브가 세워져 있습니다.

 [위의 사진] 베르메르와 관련된 스팟에 세워진 큐브.


인포에 가면 베르메르와 관련된 무료 지도가 있는데
지도에 표시된 곳을 찾아 돌아다니면 됩니다. :)

태어난 곳, 살았던 곳, 그림을 그렸던 곳 등
여러 장소가 표시되어 있으니 산책겸 둘러보세요~ :)

덧붙여, 베르메르가 남긴 유명한 작품들을 몇점 보여드릴게요.
아래 작품들은 네덜란드와 여러 나라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아래 그림 중 마음에 드는게 있다면 소장된 곳을 눈여겨 봐 두세요.
그리고, 유럽여행 때 직접 보러 가보시길... :)


그림은 직접 눈으로 보는게 가장 감동적이에요.

 [위의 사진] 레이스를 뜨는 소녀(1669~1700,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위의 사진] 델프트 풍경(1659~1660,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우스)
그림을 그린 장소에 가봤지만 풍경이 너무 많이 변해 잘 모르겠더라구요~

[위의 사진] 우유를 따르는 하녀(1658,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역시 제가 좋아하는 그림, 진주 귀고리 소녀처럼 겨자색과 파란색이 사용되어 있습니다. :)


그의 작품들은 '이상한 나라의 폴'(아시는지 모르겠지만...=_=)이란 만화에서
시간을 정지시켰을 때처럼 그림을 보는 동안 시공간을 '정지'시켜 버립니다.

심장의 박동은 느려지고 뇌파는 편안해지지요. :) 

엄숙한 종교화나 심심한 풍경화(제게는...-.-)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세밀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베르메르의 작품들이 정말 좋습니다. :)

* 베르메르 센터 : http://www.vermeerdelft.nl
* 베르메르의 모든 그림 보러가기 :
http://www.vermeer-foundation.org

pretty chung :)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dasepoboy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에는 절대 문외한이고 네덜란드는 물론 아직 제주도도 못가본 저지만 이 영화는 재밌게 봤습니다..스칼렛 요한슨때문에...;; 언급하신것처럼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묘한 긴장감을 주죠...ㅋ 글 너무나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2010.03.06 15:17 신고
    • 쁘리띠님  수정/삭제

      저도 책과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답니다. :)
      그래서 델프트까지 가게되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0.03.06 21:38 신고
  2. 묵?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칼렛 요한슨하고 싱크로율이 거의 비슷하군요..
    영화는 아직 못봤지만 꼭 한번 봐야겠네요~
    네덜란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나라인데 나중에 제대로 한번 더 가고 싶네요~^^

    2010.03.06 15:42 신고
    • 쁘리띠님  수정/삭제

      여행 가신 분들이 네덜란드에서
      암스테르담만 다녀오셔서 안타깝더라구요~
      (네덜란드쪽 가이드북을 썼거든요..-.-)

      정말 좋은 곳이 많은데...
      네덜란드에 다시가신다면 꼭 다녀오시길~ :)

      2010.03.06 21:39 신고
  3. freeday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 그림 멋있네요~~ㅠ_ㅜ 나도 언 제 쯤 저정도 그래 본다나..ㅠ_ㅜ

    2010.03.06 15:58 신고
  4. 텍삼  수정/삭제  댓글쓰기

    델프트 정말 멋진 곳이죠..또 가고 싶어지는 곳이라는....:)

    2010.03.06 21:43 신고
  5. 텍삼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좋다는...:) 사촌동생이 델프트에서 지금 공부하고 있는데, 그김에 한번 가야하는데....

    2010.03.07 04:25 신고
  6. 릴리폰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게 읽고가요. 2002년부터 충성스런(?) 정회원인데, 요즘 로그인이 잘 안되네요... 서울에 산다면 오프라인에도 나가고, 쁘리띠님과 동갑이니까 정말 친해질 수도 있었을텐데...
    하여간, 저 이 소설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굉장히 반가웠어요~ ^^ 언젠간 꼭 델프트에 가보고 싶네요. 나침반 위에도 서보고 싶어요. 기분이 어떨까 궁금해요...

    2010.03.07 05:56 신고
    • 쁘리띠님  수정/삭제

      2002년이면... 정말 오래되신 회원이시네요. :)
      게다가 저랑 동갑이시군요! :)

      정회원방 로그인은 정상적으로 하실 수 있는데
      윗쪽에 있어 그런지 접속을 잘 안하시는 것 같아요~

      델프트 작고, 좋아요.
      베르메르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

      2010.03.09 13:06 신고
  7. 초코홀릭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우.. 초콜릿때문에 베네룩스 가면서.. 준비겸 여러책을 읽다가 빠지게된 베르메르..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영화를 넘 재밌게 봐서.. 그 후 소설도 보고.. 베르메르 관련 책도 보면서.. 여행의 중심이 베르메르로 살짜쿵 옮겨갔었더랬죠.. 암스테르담에서 봤던 우유따르는 여인.. 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어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델프트 풍경.. 그림들 직접보면 정말 너무 좋구요. 깊고.. ^^ 마을은 아담하니 산책하기 좋아요.. 책과 영화를 재밌게 보셨던 분들은 마을 곳곳이 배경이기 때문에 느낌이 새롭답니다. 베네룩스로 많은 분들이 가셨으면 좋겠어요. 넘넘 좋은 곳이더라구요. ^^

    2010.03.08 03:53 신고
    • 쁘리띠님  수정/삭제

      우아~ 직접 다녀오신 분은
      정말 거의 보지 못했는데... 초코홀릭님은 다녀오셨군요! :)

      저도 베네룩스 많이 가셨으면 좋겠어요~
      책 쓰면서 더 알게된 곳이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지역!!

      2010.03.09 13:08 신고
  8. 패딩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케아 매장 바로 옆에있는 캠핑장에서 숙박했어요..
    방갈로가 있어서 .. 특이한게 지붕에 잔디를 심었다는..
    더 신기했던건 이케아 매장 옆에 삼성전자 건물이 크게 있더라구요..
    한국사람들도 많이 근무하고 있었던거 같아요.. 점심시간때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사람 몇명을 봤거든요..
    운하가 너무나 멋지고.. 운하를 따라서 상점들과 집들 구경하는 재미가 좋았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2010.03.12 18:03 신고
    • 쁘리띠님  수정/삭제

      맞다, 저도 이케아 얘기 들었었는데...

      거기가면 시간가는 줄 몰라서..ㅠㅠ
      문제는 사도 짐 때문에..흑.

      2010.03.13 00: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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