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열 세네째 날의 이야기지만 첫 번째 글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니
처음 읽으시는 분은 위에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

[위의 사진] 길은 단순하다. 화살표와 노란 조개모양을 따라가면 된다.
어쩌면 내 인생의 길도 크게 보면 선명한 한 길일지도 모른다.


    자고 일어나도 우울한 기분은 여전하다.
    길은 조그만 산이 있었지만, 산인지도 모르게 지나갔고
    이후부터는 평탄해 걷기에 쉬운 날이었다.

    나도 모르게 20km를 걷자 큰 도시 하나가 나왔다.

    부르고스(Burgos)


    축제가 있는지 사람들은 북적댔고,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아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관광지 분위기인데...
    내가 그리워했던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막상 대면하고 보니 신나지 않는다.

     
    부르고스 대성당이 있어 들어가보려 했더니 점심시간이라 문을 닫았다.
    잠시, 고민했다. 여기에 묵을까 말까.

    보통 때 같았으면 이런 분위기를 신나했을텐데 이상하다.
    갑자기 은둔자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런 북적거림이 낯설고 견딜 수가 없다.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아무래도 이런 곳은 나에게 맞지 않아. 사람들을 피해가야겠어."
    (도시 좋아하는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_-)

    지도를 보니 6.5km 뒤에 비얄비야(Villalbilla)라는 마을이 있었고
    18명이 묵을 수 있는 작은 알베르게도 있었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곧바로 떠나기로 했다.

    [위의 사진] 부르고스의 토속 음식, 이름은 모르겠다. 스프+닭고기 본음식+후식이 9.95+커피 1.5유로
    맨날 와인이랑 물 선택 중(식사에 포함)에 물을 선택한게 너무 아까워
    이날은 특별히 와인을 선택해 봤는데... 역시 난 술은...ㅠ_ㅠ


    스프는 치즈가 들어간 토마토 스프였는데 오랜만에 국 비스므리한 것을 먹으니 좋았다.
    본 음식도 나쁘지 않았고, 후식으로 먹은 플랑(계란 푸딩)도 좋았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중심가를 지나는데.... 앗 예쁜 언니들이닷! +.+


    예쁜 언니들 +.+


     예쁜 언니들 +.+

     
    예쁜 언니들 +.+


    예쁜 언니들의 예쁜 치마 +.+



    예쁜 언니들의 예쁜 치마 +.+
    떠나볼까의 의상파티를 위해 사고 싶다. 얼마일까...ㅠ_ㅠ

    [위의 사진] 부르고스 성곽을 지나자 대규모의 알베르게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이곳에 묵었다. 대부분의 내 친구들도.


    부르고스(Burgos)

    11세기초 까스띠야 왕국의 수도로 자리잡으며 번성했으나
    16세기 이후에 마드리드로 수도를 옮긴 후 쇠퇴했단다.  
    현재 까스띠야 지방의 주도이며 지방 내 주요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순례자의 길에 관심이 없는 여행자들도 방문하기에 좋은 도시.
    순례자들 중 일부는 이런 중간 도시(이후에 나올 레온leon과 같은)에서 2~3일씩 묵으며
    쉬며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단, 알베르게에서는 하루이상 묵을 수 없으니만 다른 숙소를 구해야 한다.
    (사실, 알베르게를 잠시 벗어나 좀 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숙소는 팬션이나 호스텔, 호텔을 이용한다.)

     
    [위의 사진] 아모르 페레그리노. love 순례자


    걸었다.
    한참을 걸었다.

    아무리 체력이 딸려도 6.5키로는 2시간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인데
    이상하게도 마을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협회에서 준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알베르게가 있는 마을이 중간중간에 있기도 한데
    심지어 그런 마을조차 보이지 않고 마을없는 길만 계속되었다.

    제길, 부르고스에서 묵었어야 했나...-_-;;;;

    후회는 막심해지고,
    다리의 힘은 서서히 풀려갔다.

    그렇다고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그냥 계속 앞으로 걸을 수 밖에 었었다.

    열 네 번째날, 타다호아(Tajdajoa) 36km
    7시 25분 출발, 5시 40분 도착. 10시간 15분 소요.

    딱 죽을만큼 걸었다. 순례길의 첫날, 생일날의 삽질고생이 생각난 날이었다.

    중간에 점심먹을 걸 빼도 9시간은 넘게 걸었다. -_-;
    이 날이 내가 순례자의 길 중에 가장 많이 걸은 날이다.

    물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_-;
    (나중에 자세히 보니 비얄비야는 루트에서 조금 비껴난 마을이었다. -_-;)

    [위의 사진] 길에서 발견한 웃는 표정의 이 마을의 유일한 작은 알베르게. 5유로
    다음날 아침 사진이라 알베르게를 운영하시던 분들이 손을 흔들어주고 계시다. :)


    "묵을 수 있을까요?"

    "그럼, 물론이지."
    (이곳에 자리가 없었으면 정말이지 자살해 버렸을거다. -_-)

    "어느나라 사람이야?"
    "
    한국사람이에요."

    "요사이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군."
    "뭐라구요? +.+ 지금 걸은지 2주가 되었는데 한국사람은 단 한명도 못봤는데 무슨 소리에요?"

    "정말이라니까. (장부를 보여주며) 어제도 한명, 그제도 한명, 그 그제도 한명..오늘은 너."


    헉. -_-;;;

    한국사람들은 항상 나를 피하며 걷고 있는 거였군. -_-;;

    '좋아, 내일부터는 조금씩 더 걸어서 하루정도 먼저간 한국사람을 만나보도록 하겠어. -_-'

    짐짓 태연한 채 방으로 들어가 철퍼덕 침대에 주저 앉았다.
    죽진 않았고나. 오늘은 정말 너무 힘들었어. 엉엉. ㅠ_ㅠ

    알베르게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빨래한 것까지는 똑같았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저녁을 먹는 게 아니라
    저녁을 먹고 곧바로 잠을 잔 날이었다.

    다시 기억해봐도 힘들었던 날...

     [위의 사진] 이 날의 저녁 (점심 밥상이 아님. -_- 주방이 없는 알베르게여서...)
     빵+정어리 통조림, 후식으로는 요구르트와 복숭아 하나.
    점심 때 밥 사먹길 잘했다. -_-


    2007. 11. 5(2010.3.1 업데이트) pretty chung..:-)

    다음 글 읽기 ☞ [순례자의 길17] 열다섯째 날,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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