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열 두번째 날의 이야기지만 첫 번째 글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니
처음 읽으시는 분은 위에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

 [위의 사진] 안개낀 밀밭

어제 좀 많이 걸었던 터라 피곤해서 9시쯤 잤던 것 같다.

비아나에서 내게 벌레물린데 바르는 약을 줬던 아일랜드인 나일을 다시 만났는데
코를 고냐는 내 질문에(귀마개를 해야하나 싶어서....) 이렇게 대답했었다.

"코를 고냐고? 난 아마 잠꼬대를 할껄? ㅋㅋ
 부엔 까미노....(드르렁~).... 아스따 루에고...(드르렁~)... 올라...(드르렁~)"


그땐 같이 키득거렸었는데 죽은 듯이 자고 일어나서 보니
분명히 난 코도 골고 잠꼬대에, 아마도 이까지 갈았을꺼라 생각했다. -_-;;; (정말 세상 모르게 잤음)

그리고, 아침부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세수를 하고 렌즈를 끼려 렌즈케이스를 열었는데 렌즈가 없는 것이었다.

심장이 철렁. 도대체 어디간거지??  -_-+
그리고 30초간의 정적...

텅빈 렌즈케이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렌즈는 내게 있는게 아니라 네 눈안에 있어. 이 멍청아!!"

이런.... 렌즈를 끼고 자다니...--;;;;

출발시간은 8시 10분. 역시 알베르게에서 꼴찌로 나왔다.
오늘은 정말 무서웠다. 일어나니 떠나려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아서..
유령들과 함께 잔 것 같았어. ㅠ_ㅠ

오전엔 부슬비가 계속왔고, 날은 계속 흐려 걷기엔 편했다.

열 두번째날, 비야프랑카 몬데스 데 오까(Villafranca Montes de Oca) 23km

[위의 사진] 아침 일찍엔 국화들도 잠자고 있어서 꽃잎이 착~ 접혀있다가
낮이되면 저렇게 화사하게 펴진다. 처음 알았다. -.-


[위의 사진]  지나쳤던 작은 마을의 알베르게 앞의 귀여운 오리 장식. 순례자 오리. :)

좀 더 걷고 싶었지만,
다음 알베르게가 있는 곳이 18km나 떨어져 있어
비야프랑카의 알베르게에 머물기로 했다.

[왼쪽 사진]
비야프랑카의 알베르게 6유로
Ref. paroissial et tentes (23인 정원)
시설은 그닥그닥, 주방있음.

이 동네는 아주 작은 구멍가게 하나와
바겸 레스토랑이 한 두 개 있다.

3시에 도착했으니 6시간 50분이 걸렸다.

시에스타 시간이라 담당자가 없어
일단 짐을 풀러 방에 갔더니
어제봤던 실야와 아소프라에서 만났던 롤란드가
다정스레~ 밥을 먹고 있다.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실야 주변에 파리 4~5마리가
웽웽~ 거리며 날아다닌다. -_-;;

나도 안다 그 심정.

온몸이 땀에 젖어 길을 걷다 소똥이 떨어진 곳을 지나칠 때면
소똥 주변에 맴도는 파리들이 내게 들러붙는 다는 걸. ㅠ_ㅠ

그것도 오랜동안 말이다...ㅠ_ㅠ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처음엔 파리를 쫓았지만,
몇 번 당하고 보니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넌 더러워. 더러운 네게 파리가 맴도는건 너무 당연한 거야. 인정할 껀 인정하라고!"

그래서 실야에게 말했다.

"쫓아봐야 소용없어. 내 주변에도 파리가 몇 마리씩 따라오는 걸.
 스누피의 그 지저분한 애처럼 말야...  파리는 순례자들의 친구야.  ㅋㅋㅋ"

그렇다, 순례자들은 더럽다. ㅎㅎㅎ

 2007. 9. 3(2010.3.1 업데이트) pretty chung..:-)

다음 글 읽기 ☞ [순례자의 길15] 열세번째 날,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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