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첫 날의 이야기지만 첫 번째 글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니
처음 읽으시는 분은 위에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

기차가 늦게 도착했다.

세계여행프로젝트를 시작한지 7개월이 되어가던 그 무렵, 나는 바짝 날이 서 있었다.
3개월마다 오던 슬럼프야 어떻게든 지나갔지만, 이번엔 좀 더 복잡하다.

난 여행을 하고 있는데 문득 돌아보면 내가 일을 하고 있는건지
여행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일정 때문에, 시간 때문에(세상에나! 1년동안 여행떠난 사람이 이런 고민을 한다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묶여 예전처럼 행복하게 여행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한심하고 짜증이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난 일 말고 여행을 하러 왔는데, 이게 뭐람!

답답함의 시작은 이거였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자 이제 이유없이 그냥 짜증이나 미칠 것 같았다.

좀 걸어야겠어
답답한 마음을 속으로 꾹꾹 누르며 누가 하나 제대로 걸려봐라,
혼내줄테다! 하고 있는데 해방구처럼 나타난게 순례자의 길이다. (자세한 얘기는 전편에~)

걷는댄다. 그냥 한달동안 걷는단다.
혼자가니 그것도 나 혼자서 걷는단다!

머리 속이 맑지 않아 그걸 정화할 뭔가를 찾아야 했는데
단순한데다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 것으로 아주 적격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뛰었지만, 난 좀 걸어야겠어.

800키로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얼마나 먼지 거리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생각했다. 혼자서 걸을 수 있다. 혼자서 걸을 수 있다. 하하하.


 생 쟁 피드 포르
생일날 아침, 도착한 생 쟁 피드 포르(St. jean pied de port, 앞으로 '생쟁')는 신선했다.

"역시, 내 생일을 위한 좋은 선물이야. :) "

이집트와 모로코를 포기한 한달을 내 생일 선물로 주기로 했다.
쁘리띠, 한달이란 선물을 줄테니 33살을 맞이해 네 삶을, 너만을 생각해 봐.

내가 이곳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딱 세가지.
  - '생쟁'에서 순례자의 길은 시작한다. 
     (뭐, 틀리진 않지만...꼭 맞는 것도 아닌 정보였지만..-_-)
  - 순례자들을 위한 사무실이 있다. (가면 몽땅 해결되겠지라는 심뽀..-.-)
  - 이곳에서부터 걸으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는 800키로 정도가 된다.


[위의 사진] 바욘(Bayon)에서 '생쟁'까지 나를 싣고 온 낡은 기차
기차시간과 몇 번 갈아타는지는 이곳에서 조회해 볼 것

한가로운 시골의 기차역에 내리니 역 앞에 지도판넬이 세워져 있다.
관광객들도 조금 보였다.


중심가까지 별로 멀지 않아보여 슬슬걸어 구시가지에 도착하니 예쁜 골목과 기념품점이 보인다.

모두 순례자와 관련된 것으로
분위기가 정말 독특하다.

흠...이곳도 작은 관광지군.. 사이트에 소개해야겠다. 앗, 또 일 생각..안돼 안돼. -_-

사실, 어제 낮기차를 타고 저녁에 도착하려고 했는데 기차표가 없어 야간기차를 타는 바람에 오전에 도착한 것. -_- 하루 일찍와 정보를 좀 모았어야 했는데...준비정신 결여. -_-

이렇게 귀엽고 예쁜 곳이라면
보통 때라면 즉흥적으로 하루이상 머물며 구경했겠지만 오늘은 내 생일, 오늘부터 걸을테다. -_-

[오른쪽 사진]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 7-15유로.
보통 서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20유로인데!! 정말 저렴.


조금 더 걸어가니 순례자들을 위한 사무실이 보였다. (뭐야, 너무 쉽잖아. -_-)
 [위의 사진] 순례자 사무

상담받을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일단 정보를 수집했다.

[위의 사진] 우아, 한국사람은 작년에 14명 다녀갔군!
프랑스 1위, 스페인 2위, 이탈리아 3위, 독일 4위! 오오~

프랑스어를 못한다고 했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 다음 영어를 하시는 할아버지가 날 맡았다.

순례자를 증명하는 여권인 크레덴시알에 이름과 국적, 주소, 여권번호를 적고
시작한 곳을 도장을 받고 3유로를 냈다. 그리고,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자, 오늘 첫 날 걸어야할 거리는 27키로야. 목표지는 Roncesvalles(론세스발레스)지.
길은 [위의 사진] 에 보이는 흰색+빨간색 표시와 노란 조개모양 표시를 따라가면 돼.
아, 네에~ (이땐, 27키로가 얼마나 되는지도 몰랐다. -_-)

길은 두 개가 있어.
하나는 힘들지만(비가와서 길이 미끄러워) 7시간 걸리는 산길이 주인 루트와
좀 덜 힘들지만 8시간이 걸리는 도로를 많이 낀 루트가 있는데 어딜갈래?

네? 잠깐, 방금 산이라고 그러셨나요? -_-

응, 몰랐어?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해.
네? -_-;;;;;;;;;;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내가 얼마나 산을 싫어하는지....

세계를 다 다니면서도 '산'자만 붙으면 아무리 유명해도
'걸어서는'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_-

그런데, 첫날부터 산이라니...ㅠ_ㅠ 게다가 피레네 산이라니...ㅠ_ㅠ
내가 이름을 알 정도면 꽤나 높은 산인가본데..모냐. ㅠ_ㅠ

정확히 30초를 고민하는데, 갑자기 입에서 스믈스믈 웃음이 나왔다. 푸하하하.
산이면 안걸으려고 했는데, 첫 날부터 산일 줄은 정말 몰랐네. ㅋㅎㅎ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생일날 생일선물을 내칠 순 없지 않는가?

도전한다,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그래도, 선택할 수 있다면 좀 덜 힘든 8시간짜리 코스를 선택한다.
역시 내 생일이니까.  --;

지금도 출발할 수 있나요? (그때 시간 10시 반쯤)

그럼, 물론이지. 좀 늦긴 했지만
해가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좀 서둘러야 할꺼야.


네, 지금 갈래요~
짐을 한번 볼까?

([왼쪽 사진] 아주 신중하게 내 가방을 들어보더니)

괜찮겠군. 넉넉한 물을 준비해. 아, 프랑스쪽보다는 스페인쪽이 더 저렴하니
그곳에서 사도 돼.

[위의 사진] 그래, 난 이제 걷는다구! 하하 
헛갈리기 쉬운 지점에서 길을 찾는 법과 혼란스러운 장소에서 길 찾는 법 얘기를 들은 후
이런저런 자료를 받았다.

1개월동안 걸을 거리와 고도를 표시한 프린트.
순례자들의 숙소리스트를 정리한 것. 종이가 딱 A4지로 딱 3장이다. 가볍고 좋다.

[왼쪽 아래 사진]
에 프랑스 언니의 손에 든 것


친구를 소개해 주지.

프랑스 대학생이던 그녀는 나랑 험한 길과 조금 더 쉬운 길이 갈라지는 지점까지만 같이간다.

하지만, Roncesvalles에서 만날테니 상관없다. 카메라를 안가져왔대서 [왼쪽 사진]을 찍어줬다.

하지만, 첫날은 커녕 한달동안
산티아고에서도 결국 못만났다. -_-;;;

이 자릴 통해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거의 불가능하겠지만..-_-;;;)
까뜨린느는 아빠가 추천해 줬단다.
아빠가 어렸을 때 이 길을 걷고 딸에게 권유했단다. 멋찌다.

조금 걷자 벌써 헤어져야 하는 곳에 다다랐다.

[위의 사진] 길이 나뉘어지고 까뜨린느가 왼쪽으로 걸어간다. 난 오른쪽으로 가야한다.
항상 이런 갈림길이 있다. 뒤돌아보지 말자.

혼자가 되니 신이났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니까 조금 마음이 급했지만,
이제 한달동안 그저 걷기만 하면 된다니까 행복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노래를 부르며 걸었다. 길엔 아무도 없었다.

사무소의 할아버지가 얘기해 준 하얗고 빨간 표시가 있었고, 난 그저 따라가면 되는 거였다. 쉬웠다.

[왼쪽 사진] 십자가 오른쪽에 표시가 보인다.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된 기분이었다. :)

그런데, 한참을 따라가는데 뭔가 이상하다.

어....왜 난 전봇대의 빨간 표딱지를 따라가고 있는 거지? -_-;;;;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시작이었다. -_-)

아까 말했지만, 길에 사람이 없어 한참을 더 걸어가야했다.
지나가던 차를 세워 물어보니, 반대방향으로 가야한댄다. -_- 뭐냐...-_-;;;

차의 주인이 태워주겠다는 유혹을 뿌리치고 (첫날부터 반칙하면 안되지 않는가! -_-)
~3키로 정도를 다시 돌아와(그러니 일단 왕복 4~6키로를 더 걸음셈..-_-)
찾아보니 표시가 저쪽이었다. 이런! [오른쪽 사진]

이제부턴 좀 조심스럽게 걷자.
삽질안하게. -_-

표시된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니
이젠 높은 민둥 산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올 것이 왔구나! -_-
자, 생일이라고, 생일~!

이를 악물고 땡볕아래 나무 한그루 없는 뜨겁게 달궈진 민둥산을
2/3쯤 올랐을 때 준비한 물이 바닥이 나 버렸다. 고작 500ml의 물을 준비했었지만. -_-;

역시 아무도 없다. ㅠ_ㅠ 물 때문에 다시 내려갈 순 없지 않는가.
더 걱정인 건, 앞으로 얼마나 걸어야 물을 살 수 있는 곳이 나타나는지도 몰랐다.

목이말라 죽을 것 같아 바닥에 널브러졌다. 몰라몰라..ㅠ_ㅠ
이러다 죽는 거 아냐? ㅠ_ㅠ

“생일날 출발한 한국의 순례자, 갈증으로 사망.” 기사를 떠올리고 있을 때
산을 내려오는 사람이 보인다. ㅠ_ㅠ

"안녕~ 여기 잠깐 앉아도 돼? "  
"그럼~" (당연하지...ㅠ_ㅠ 네가 와줘서 너무 고마워. ㅠ_ㅠ 정말이지 죽을 뻔 했다고.)

그는 프랑스인이고 회사를 다니는데 2주 휴가를 받아
책에 나온 트래킹 코스대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마을이 있으면 마을에서도 묵지만 산에서 자고, 산에서 먹기도 한댄다.

"넌 산이 좋아? "
"응"
"힘들지 않아? 난 산이 싫은데...-_-"
"힘들지, 이것 봐, 산타다 다친거야. 지금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걸을 때 계속 아파."
"그런데 왜 산을 타?"
"글쎄, 자연이 좋아. 맑은 공기, 찬란한 햇살....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걸은 다음에 샤워할 때 오르가즘을 느껴." 
 (하하하, 오르가즘. -_-)
 천국이 따로 없지. 그리고 나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었을 때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러니까, 넌 고생한 다음 샤워를 통한 오르가즘과
 깨끗한 옷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산을 타는거구나? -_-"
(말하고 보니 이상하다...-_-)

" -_- 흠...그러는 너는 왜 여기있어? -_-"

(하긴, 나도 고생하러 오긴 왔지만...-_-)
"난 순례자의 길을 걸으려고 왔어. 그런데 산이 있는 줄 몰랐어. ㅠ_ㅠ"


"뭐라고? 난 너가 하루 피크닉을 나온줄 알았는데...-_- 준비가 형편없구나. "

하비르는 흥분했다. -_- 어이없는 나를 보고...
그러면서 나의 문제점과 내게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알려줬다.

"물은?"
"다 마셨어. -_-;"

"뭐라고? 산을 타면서 고작 500ml물을 준비했다고? 나참.."
"손가방은 또 뭐야?"
"넣을데가 없어서...-_-;;"
"당장 없애. 걷는데 불편하다고. 또 넘어지면 어쩌려구,"

직접 자기 가방을 보여주며, 최소한의 물품들이 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난 정말 아무런 준비도 하고오지 않은 것을 뼈져리게 느낄 뿐...ㅠ_ㅠ

"일단 가방은 작잖아. 난 침낭도 없고, 비상식량도 없고, 
 지도도, 책도, 물도 없지만... 대신 크림이 있어."

"무슨 크림?"
"바디로션, 헤어트리트먼트, 핸드크림, 풋크림 등등"

더 경악을 하는 하비르.

"당장 버려" "싫어 -_-"
"목은 안말라?" "말라...ㅠ_ㅠ"
"자 내가 물을 한통 줄게."
그는 내게 1L짜리 물 한통을 줬다.

"고마워, 이렇게 감동적인 생일 선물을 받기는 처음이야. ㅠ_ㅠ"
"뭐라고? 오늘 생일이야?" "응" " -_- 생일 축하해." "고마워. -_-;"

"그리고, 너한테 꼭 필요한 말이 있어." "뭔데?"
"넌 순례자의 길을 걷는다고 했지?" "응"
"그렇다면, 넌 잘못된 길을 가고 있어."

뭐.라.고? -_-;;;

하비르는 지도를 보여주며 자기가 걷고 있는 길은 이 루트이고 지금은 이쯤인데
이 길은 서쪽으로 가야하는 순례자의 길과는 동떨어진 곳이라는 거다.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가는 루트이니. 

찬찬히 지도를 보니 과연 그랬다. -_-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첫날부터 삽질이라니! ㅠ_ㅠ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이렇게 고생하며 한참동안 올라온 이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말이지?"
"그렇지." 하비르는 불쌍하다는 듯이 날 쳐다봤다.

절망적이었다.
하지만....어떡하겠는가. 그렇다고 산위로 계속 걸을텐가? -_-

오늘은 내 생일이다. -_-

하비르와 함께 다시 산을 내려왔다.

하비르는 '미애와 루이의 버스여행'에서 루이의 친구란다.
오. 또 이런 한국과의 인연이...-_-;;

여튼, 하비르에게 고맙다.
내게 물을 주어 생일날 삽질하다 죽은 한국인 순례자로 프랑스 신문에 나지않게 했으며,
철없는 나에게 걷는 것에 대한 준비물과 주의점, 잘못된 길을 바로잡아줬으며
그리고, 의기소침한 나와함께 길을 내려가 주었으니까.

지금도 난 그를, 생일선물로 신이 내게 보낸 '천사'라고 생각한다.

안쓰럽게 쳐다보던 그와 헤어지고 난 나의 길을 다시 가기위해
문이 열려진 집에 노크해 담담히 길을 물었다.

이런, 또 숨겨신 표시를 놓쳤던 것. 하아.

[오른쪽 사진] 이제 표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밀밭길로 뻗은 흙길을 걷고 또 걸었다.
이젠 자만하지 않았고
표시를 내게 잘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길가며 사람들에게 계속 물었다.

"이 길이 산티아고로 가는 길인가요?"
"그래, 아직 한참이나 남았구나."

그래, 한참이나 남았다. 이제 시작했으니까.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지팡이를 샀다.

날씨가 점점 흐려지고 어두워진다. 길에도 산에도 나밖에 없다.

아무래도 목표지를 바꿔야겠다. 론세스발레스까진 무리다. -_-
첫 번째 순례자의 숙소가 있는 Valcarlos로. 13.5km다.

걷기는 걷는데 A4에 요약된 지도로 보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달리듯 걸어 겨우 저녁 8시에 어떤 마을에 도착했는데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위의 사진] 마을이 보인다. 어딘지 몰랐던 이곳은 Valcarlos.
구름이 점점 끼기시작하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차를 세워 길을 묻자 Valcarlos란다. 다행이다, 숙소가 있는 곳이다! ㅠ_ㅠ
그러면서 산 정상까지 태워줄까? 한다. 다시 또 유혹이...-_-;;; 당연히 거절했다.

걱정이 되는지 계속 도와주려고 말을 건다.
차로는 정상까지 10분이면 가.

제길. 내가 27km에서 딱 반 왔으니 겨우 10분 갈 거리를 난 한나절 동안 걸은거다. ㅠ_ㅠ
11시에 출발해서 8시에 도착했으니 9시간!!!! 뭐야...ㅠ_ㅠ

그래도 싫다고 거절하니, 숙소를 알려주겠단다. 순례자들에겐 얼마 안한댄다.
하지만, 먼저 순례자 도장을 받아야 하니 오피스에 가란다.

오피스에 가니 문 닫았다. -_-; 점점...

일단 숙소라도 가자시퍼 숙소를 물으니 [아래 사진]의 장소를 알려줬다.

 동네회관같다.

빨래가 널려져 있는 걸 보니 사람이 있다.
의자에 앉은 두 사람에게 물으니 이곳이 맞단다.

사무실이 문 닫아서 도장을 못받지만,
"사람이 없으니 넌 공짜야. :)" 란다.  
이것도 생일선물인가? -_- 시설은 5유로.

천근같던 가방을 내려놓고, 샤워를 했다. 옷은 다 땀에 절었다. 빨래를 해야한다.
손빨래할 힘도 없었는데 세탁기가 있다. 다행이다. ㅠ_ㅠ

밥을 먹고 좀 쉬니 살 것 같다.
등 따습고 배부르니....이제 심각하게 내일 걸어야 하나 생각했다. -_-

다시 걸을 걸 생각하면(아직 본격적인 산을 타지도 않았었다!) 공포가 엄습해왔다. -_-

네덜란드의 안트베르펜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자전거라지만 1,000키로가 넘는 거리)
순례 길에 나선 네덜란드 부부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는데
오늘 있었던 버라이어티한 삽질얘기를 하자 알베르게가 떠나가라 웃어댄다.

“You are so funny~ So Fantastic birthday!! Happy birthday to you!! :)"

그렇다. 환상적이었다. 이때까지 맞았던 생일 중에
이렇게 환상적으로 힘들고 고생했던 날은 처음이었었으니.

그러다 밤에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자 자리에 누우며
내일 하루종일 비가 와서 걷지 않게 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_-

2007. 1. 15(2009.12.7 업데이트)  pretty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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